Page 24 - 월간HRD 2025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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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서은국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스는 먹이사슬의 정점에 설 수 있었다.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팽배하다. 그래서
                 쉽게 말해 생존에 필요하고, 도움이 되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대기업에 취업해
                 고, 즐거움도 주는 ‘something’ 덕에 인        야 주변 사람들에게 ‘체면’을 차릴 수 있
                 류는 진화할 수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고, 나아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행복은 삶의 최종적인 이유나 목적이 아              데 큰 착각이다. 고시합격을 예로 들면
                 니라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정신적인               이 결과가 주는 즐거움은 며칠 가지도
                 도구라고 봐야 한다.                        못한다. 가족의 경우 행복감을 거의 주
                 엄준하 발행인: 행복한 상태와 그렇지 못             지 않는다. 그런데도 가족이 중요한 이
                 한 상태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유는 서로 유전자가 엮여 있는 만큼, 감
                 서은국 교수: 몇 년 전에 소개된 뉴욕타             정을 나누지 않아도 삶과 일에서 뭔가가
                 임스의 기사를 보면 사망요인 1위는 암              잘못되었을 때 겪는 불행을 막아주기 때
                 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이었다. 암은 의              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가족을 중시하
                 학적 요인으로 1위다. 당장 돈이 없으면             면 일상에서 만나는, 소위 ‘울타리 밖 사
                 굶어 죽는 사람이 아닌 이상 ‘풍성한 사             람들’을 적으로 간주하기에 집 밖에서의
                 회적 경험’이 없으면 백만장자도, 내향적             일상이 피곤해지고 불쾌해지며 이런 가
                 이라 혼자 사는 게 편하다고 말하는 사              족이 많은 사회는 당연히 행복도가 계속
                 람도,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낮아지게 된다. 정리하면 행복의 핵심은
                 사람도 행복을 포기해야 한다. 이 결론              누가 뭐라고 하든 일상에서 즐거운 경험
                 은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출된 것              이 많은 것, 즉 ‘빈도’에 있다.
                 이며, 10만 년 전의 삶과 현대사회의 삶            엄준하 발행인: 행복과 창의성의 상관성
                 이 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고, 행복 연구             도 들려달라.
                 에서 중요한 문제는 거의 다 해결된 이              서은국 교수: 우리, 그리고 일본의 특성
                 유이기도 하다.                           인데 모든 도시의 사인은 ‘하지마’다. 미
                 엄준하 발행인: 물질만능주의, 개인주의,             래의 걱정거리를 없애려고 하는 것인데
                 입신양명(출세), 가족주의에 경각심을               이런 삶은 ‘넌센스(nonsense)’다. 움직이
                 주는 내용이다.                           지 말라고 말하면서 행복해지라고 하는
                 서은국 교수: 바로 보셨다. 돈이 없어서             것과 같기 때문이다. 행복에선 새로운
                 굶는 사회가 아니라면 돈이 주는 행복               경험이 중요한데, 변수를 두려워하며 기
                 이윤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그리고              존의 체제를 고수하려고만 하면 혁신적
                 내향적인 사람일수록 밖에서 사회적 관               이고 창의적인 생각이 발현되지 못한다.
                 계를 풍성하게 가꿀 때 증폭되는 행복의              모르시는 분들이 은근히 많은데 한국은
                 크기가 외향적인 사람의 그것보다 훨씬               굉장히 안전한 사회다. 그런데도 우리는
                 크다. 또 우리 사회는 유교에서 비롯된              위험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사회상의 옳
                 ‘입신양명(출세)이 행복한 인생’이라는              고 그름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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