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월간HRD 202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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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 외로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외로움에는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식욕처럼 우리 생존에 중요한 느낌이
다. 몸의 에너지가 빠져나가도 배고프지 않으면 ‘식이食餌’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어렵다. 과도한 식욕이 다이어트에는 적이지만 식욕이 왕성하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
거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외롭기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려고 하는 것이다. 물
론 주변에 많은 사람이 존재해도 외로울 때가 있다. 이 외로움은 존재론적 외로움이랄
까, 인간이기에 외로운 것이다. 따라서 외로움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며 적절
히 즐길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 외로울 때 마시는 커피 한 잔, 또는 듣는 노래 한 곡
이 내 마음을 더 촉촉하게 만든다.
그런데 실제 사회적 관계가 거의 없는 사회적 고립 상태에서 느끼는 외로움이나,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는 존재하지만 나 홀로 존재하는 듯한 ‘주관적
인 외로움’은 심해질 경우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변해 버린다.
사회적 관계가 있음에도 심각한 외로움을 느끼는 대표적인 원인은 자기 내면에 갇혀
반복적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반추反芻’에 빠진 경우다. 반추에 갇히면, 산책을
함께 즐기는 사람들을 봐도 ‘나도 산책을 하자’라는 생각보단 ‘나만 홀로 외롭다’는 느낌
이 들며 자신을 외부와 더 단절하고 내면 속으로 후퇴시키는 회피 현상을 보인다.
이런 반추의 회로에서 빠져나오는 솔루션을 하나 소개하자면 ‘억지로라도’ 하는 산책이
다. 혼자 해도 좋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해도 좋다. 산책을 하면 내 몸의 움직임을 느끼
게 되고 자연도 보게 돼 자연스럽게 내면에 갇힌 나를 외부와 연결시키준다. 이러한 좋
은 경험과 느낌이 반추를 끊고 외로움을 따뜻한 감정으로 바꾸어 준다. 억지로라도 산
책을 하는 것이 짜증스러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것이 행동 우선 요법이다. 필자의 도
서에 나오는 ‘무기력 디톡스’의 한 솔루션이다. 일단 행동하면 닫힌 반추 회로가 끊어지
고 외부 세계와 내가 연결되면서 조금씩 동기부여가 차오른다. 그래서 점점 억지로 하
는 게 아니라 마음이 원해 산책하고 사회적 관계를 원하게 된다. 그리고 더욱 좋은 것
은 집에 혼자 있을 때도 외로움이 줄어든다. 마음의 닫힌 회로에서 벗어나면 세상을 보
는 시각도 변하기 때문이다.
윤대현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한국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장과
송도신도시 유헬스케어시스템 연구책임자를 역임했다. 오랜 세월 진료실에서 많은 사람을 위한 심리
솔루션을 제시해오고 있으며, 진료실 밖에서도 도서, 칼럼, 강연 등을 통해 마음이 아프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데 공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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