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월간HRD 202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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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이인아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교수




                 이 변해야 합니다. 사실 학습은 사람을              에 맡기면 되기 때문에 학습이 더욱 중
                 비롯한 모든 동물이 합니다. 어떤 동물              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뇌
                 이 아무 생각 없이 어느 곳에 갔다가 위             에 대해 알면 알수록 AI는 아직 멀었다
                 험한 상황을 겪었다면 다음부터는 그곳               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언
                 을 피하죠. 학습이 일어난 겁니다. 우리             어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이 사
                 가 웬만하면 어둡고 음산한 골목길에 들              람의 사고를 형성하고 그럼으로써 커뮤
                 어가지 않고 돌아가는 것도 학습된 것이              니케이션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죠. 기업들도 이런 ‘행동의 변화’를 바라            그동안 인류가 남긴 온갖 것들을 뒤져
                 고 직원들에게 여러 교육을 제공하겠죠.              상상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단어를 조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학습이라고 하                합해서 사용자가 던진 질문에 답하는 생
                 면 자연스럽게 학원교육이나 학교교육                성형 AI는 아직은 사람을 흉내 내는 앵
                 을 떠올립니다. 시험을 봐야 할 것 같고,            무새와 같다. 이인아 교수는 “사람은 ‘빨
                 점수가 나와야 할 것 같고, 학습자들을              간 차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라는 문
                 판별해서 줄을 세워야 할 것 같은 생각              장을 보면 돈이 많고 주목받길 원하는
                 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경우 학습을 향              누군가가 운전하고 있을 것이라고 나름
                 한 동기가 부여되지 않아요. 그러니 각              대로 짐작하지만 생성형 AI는 이런 사고
                 계의 교수자들은 행동이 바뀌기 전과 후              를 할 수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의 상태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하고, 학              그는 ‘컴퓨터 언어’가 아닌 일상에서 쓰
                 습은 행동의 변화가 핵심이라는 것과 왜              는 언어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
                 행동을 바꿔야 좋은지를 설명하며 학습               고, 작품(글, 기사, 그림 등)도 만들 수
                 자를 설득해야 하고, 특정 교육에 대한              있으며, AI 연구가 1958년에 시작됐다
                 교수자와 학습자의 목표를 일치시켜야                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의 생성형 AI는
                 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영화나 책을 보              놀라운 수준의 발전이라고 진단했다.
                 고, 다른 사람에게 어떤 얘기를 듣고 행             나아가 이인아 교수는 ‘사람다움’에 관해
                 동을 바꿀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경험              서도 통찰력을 공유했다. 먼저 그는 “원
                 학습도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교육할              숭이도 사람처럼 도구를 사용하지만, 과
                 때마다 다른 학습자와 다른 독특한 행동              거를 반추하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시뮬
                 을 보이는 학습자가 있는데 이러한 ‘개              레이션해서 대응방안을 세우지는 못합
                 성’을 존중해줘야 합니다. 군대가 아닌              니다.”라고 설명했다. 사람은 마치 타임
                 이상 획일성은 좋지 않아요. 다양성이야              머신을 타듯 과거로 돌아가서 자기가 경
                 말로 예측하지 못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험했던 것을 다시 경험해볼 수 있다. 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군가를 만나 과거를 얘기하면서 그것을
                 이인아 교수는 이제 여러 지식을 획득하              되새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가깝게
                 는 것은 챗GPT로 대변되는 테크놀로지              는 1년 계획, 조금 멀게는 10년 계획,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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