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월간HRD 2023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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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김진해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진해 교수는 “어떤 단어를 선택해서 말
고민 끝에 김진해 교수는 작년 2학기부 하느냐에 따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
터 ‘모든 의사 표현은 반말로 한다’와 ‘호 주거나 때론 호도하는 모습을 보면 말의
칭은 이름으로 통일한다’는 2가지 원칙 명과 암을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
에 따라 학생들과 예의 있는 반말을 주 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처리수로
고받는 ‘평어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 부르자고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어
의 반응을 보면 교수의 말을 절대적인 서 그는 “언어의 변화는 늘 있었지만 인
진리로 생각하지 않고 ‘나는 다르게 생 터넷의 발달로 인해 새로운 말이 만들어
각하는데?’라는 질문을 강의실에서 혹은 져서 확산되는 속도가 매우 빨라졌습니
스스로에게 던져보거나, 조별 토론에서 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지금은 누구든
도 과거보다 자유롭게 조원들과 대화를 언어에 대한 감각을 SNS를 통해 문턱
나누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완벽 없이 순식간에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
한 의견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발언하지 다. 김 교수는 이런 시대상은 제어할 수
않고 미루는 태도를 벗어던지고 일단 의 도 없고, 시민적 참여의 양식이 되고 있
견을 제시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수 다는 생각에 긍정적으로 본다. 말에 필
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관련해서 요한 ‘감수성’을 함양할 수 있다는 관점
김 교수는 “교육이나 배움의 가장 큰 목 에서다.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에도 이
표는 내적 균열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미 많은 외국인이 살아가며 그들만의 생
라고 말했다. 기존에 배웠던 것 위에 새 각과 방식으로 한국어를 구사합니다.”라
로 배운 내용을 마치 탑을 쌓듯 올리려 며 언어의 변화를 삐딱하게 보거나, 개
는 관념에서 벗어나 어제의 생각이 옳지 입하고 강제해서 변화 자체를 막으려는
않다면 버릴 줄 알아야 더 나은 오늘이 태도는 좋지 않다고 짚어줬다. 다양성
찾아온다는 믿음에서다. 또한, 그는 “선 은 풍요로운 인생을 향한 가능성을 높여
진 교수법을 도입한다고 해도 학생과 교 주기 때문이다. 또 다양성은 윤리의식과
수 사이의 위계적 관계가 여전하다면 대 도 이어지는데 김 교수는 “말을 하는 것
학생들이 스스로를 ‘교복을 벗은 고등학 엔 ‘타인’이 전제되어 있고, 사회에서 관
생’이라고 평하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 계는 ‘타인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달라집니다.”라며 “상대방을 ‘내가 잘 모
그는 부모님과 반말로 편하게 많은 이야 르는 존재’로 여기고 누구에게든 진심을
기를 주고받는 현실을 언급하며 “적어도 전하기란 무척 어렵다는 생각을 가진다
가정에서는 친밀감을 중심으로 권위주 면 존중과 배려 속 참말이 오가는 삶이
의가 많이 사라졌습니다.”라며 대학교의 펼쳐지지 않을까요.”라고 전했다.
풍경도 언젠가는 변화하길 희망했다. 말은 다양한 사람이 한데 모여 일하는
말은 사람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김 기업과 그곳에서 문화, 교육, 소통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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