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월간HRD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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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영 교수
연세대학교 교육과학대학 교육학과 교수. 학부, 대학원, 교육대학원에서 성인학습과 HRD, 기업교육론, 조직학습과 학습조직 등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한국산업교육학회, 한국인력개발학회, 한국성인교육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부소장, 미래교육원 부원장, 교육대학원 인적자원개발 전공 주임교수로 봉사하고 있다.
을 한다. 이를 개인학습이라 칭하는데 조직학습은 구성원 를 해결하려고만 하는 익숙함의 오류를 범하기 쉽고 그 방
의 개인학습에서 시작되어 조직으로 확산되는 과정이다. 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성숙의 오류를 범할
개인의 경험은 집단 차원에서 협력적으로도 발생할 수 있 수 있다. 반면 새로운 지식을 탐색하려는 활동에 치우칠 경
조직학습과 혁신 는데 개인학습을 통해 얻은 학습결과물은 동료나 상사에게 우 추상적 이론단계에서 머물거나 조직 외부로부터 얻어지
공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검증받고 수정되며 쓰임새 있는 는 설익은 정보에만 집중하게 되어 내부적 성찰의 기회를
지식으로 변환된다. 이것을 집단 학습이라고 한다. 잃거나 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한 변화가 간과된다. 따라서
집단 학습은 팀이나 부서에서 생성된 쓰임새 있는 지식이 분석적, 수렴적 사고에 근간한 활용학습과 직관적, 확산적
그 테두리 안에서 ‘우리만의 노하우’로 머무는 것을 넘어 사고에 근간한 탐색학습의 균형을 잡아 상황에 맞게 번갈
‘성공사례 공유’와 같은 경로를 통해 조직차원에서 검증되 아 가며 활용할 때 혁신이 발생하는 것이다.
며 확산된다. 조직 차원에서 활용 가능한 지식인지 확인되 세계적인 과즙젤리 생산기업인 독일의 ‘하리보(Haribo)’는
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구체화되고 새로운 생 탐색과 활용을 적절히 전략적으로 구사하며 세계적 기업으
산품으로 탄생되는 것이다. 조직혁신의 과정이 곧 조직 전 로 성장했다. 하리보는 1920년 가족경영기업으로 출발해서
체의 학습결과물을 공유하는 과정인 것이다. 현재 독일을 포함한 세계 16개국에서 6,000여 명의 구성
그런데 조직학습에는 이처럼 구성원 개인에서 시작되어 조 원을 거느린 대기업이다. 그들은 9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
직에서 끝나는 아래에서 위로의 지식의 창출 과정만 있는 고 ‘하리보 젤리를 먹고 자란 할머니가 손자와 함께 변함없
것은 아니다. 조직이 예전부터 축적해온 지식을 새로운 구 는 맛을 즐기는 전통’을 기업가치로 하는 활용학습을 실천
성원들에게 공유하며 조직 내 동일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한다. 1920년대 독일 전통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훈
비전을 공유하는 위에서 아래로의 지식공유과정도 존재한 련되어 걸어가는 곰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곰젤리는 90
다. 위에서 아래로의 지식공유과정은 조직이 가지고 있는 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사랑받는 제품이며 변함없는 쫀득
진단시스템을 통해 작동한다. 이는 오랜 기간 축적되어 표 함과 맛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하리보는 탐색 활동도 부
준화된 절차에 맞춰 지식들을 가공하고 적용하여 시스템을 지런히 이어갔다. 하리보는 매년 50여 개의 신제품을 개발
유지 및 개선하는 데 사용된다. 해서 현재 1,000여 개의 젤리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각기
그렇다면 조직의 혁신은 두 상황 중 어떤 상황에서 발생할 다른 연령대 및 세계 각국의 입맛에 맞는 신제품 개발을 지
까? 혁신이 발생하는 상황을 하나의 관점으로 단정을 지 속하고 있다. 성인들을 위한 비타민 젤리나 저당 젤리, 아
을 수는 없지만, 얼마나 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학 이들을 위한 ‘Cocobat(국수모양 젤리)’, 프랑스인을 위한
습 결과물들을 잘 활용하고, 새로운 지식을 탐색하는 활용 ‘Tagada(마시멜로 제품)’ 등은 연령과 지역인의 기호를 끊임
(exploitation)과 탐색(exploration)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균 없이 탐색하고 연구해서 탄생한 혁신의 산물인 것이다.
형 유지 과정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혁신은 기존 하리보의 탐색은 활용과 적절히 균형을 이루며 때로는 동
의 지식을 활용하는 활동과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고자 하 시에, 때로는 탐색 또는 활용에 집중되어 번갈아 진행됐다.
는 노력 간의 균형상태에서 생겨나는 것이며, 어느 한쪽에 혁신은 나를 버리는 것도, 나를 고수하는 것도 아닌 내가
치우쳐 있을 경우 한계가 있다. 기존의 지식을 활용하려는 가장 잘 하는 것을 지키며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과
활동에 치우칠 경우 조직의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 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점을 하리보의 조직학습 사례를
는데 적합할 수 있지만, 이미 알고 있는 해법을 통해 문제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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