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월간HRD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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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로 여겨진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소통하기 위해서는 번역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번역은 단순히 말과
글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다. 번역은 언어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번역은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창조적 행위인 동시에 원작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풀어내야 하는 사명감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지난 1993년부터 지금까지 520여 편의 외화를 번역해 온 이미도 외화번역가는 원작자와 관객을
배려하며 행복, 재미, 창의를 키워드로 일에 매진해왔다. 그러나 그는 외화번역가라는 본연의
직업에 머무르지 않고 작가와 시인으로서도 자신만의 컨텐츠를 만들어가며 새로운 재능과 열성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언어야말로 호기심, 상상력, 창의력, 혁신력을 선순환시키는 핵심이며, 미래를
주도하기 위한 기업과 구성원의 본질적인 역량이라고 제언한다.
준비된 자로서 외화번역가의 여정을 시작하다 는 번역은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나라
영화업계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동경을 품어왔던 이미도 외 의 말과 글을 다른 나라의 정서에 맞게 바꾸는 창의적 행위
화번역가는 전역을 앞둔 시점 우연한 기회와 마주하게 됐 라고 자부심을 갖고 말한다.
다. 사석에서 만난 영화산업 종사자에게 외화번역 제의를 “지난 2016년 한강 소설가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
받게 된 것이다. 얼떨결에 받은 제의가 인생의 큰 기회가 되 셔널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와 같은 쾌거에는 번역가 데보라
리라고 판단한 이미도 외화번역가는 ‘나는 과연 준비가 되어 스미스의 공헌이 상당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
있는가?’라고 자문하고, 자답해봤다. 충>이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도 번역가
“저는 영화를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리고 공군교육 달시 파켓의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말씀드린 번역가들은
사령부 영어교육대대에서 교관으로 일을 하고 있어서 영어 원작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우리나라의 언어와 문
실력도 무난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 화를 깊이 공부했기 때문에 원작이 함의하고 있는 큰 줄기
었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외화번역가로 활동하기 위한 조 를 잘 살려냈습니다. 번역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건을 갖추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전역한 후 외화번역 시장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외화번역은 장미꽃밭에서 맨발로 춤
에 뛰어들었고 1993년 <세 가지 색: 블루>를 시작으로 지금 을 추는 것과 같습니다. 언뜻 재미있는 창의적 행위이지만
까지 26년이라는 시간 동안 외화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 원작자의 작품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죠. 그래서 외
다.” 화번역은 외줄타기와도 같습니다. 돈을 내고 영화를 감상하
26년 동안 이미도 외화번역가는 520여 편의 외화를 번역해 는 관객들 역시 자막은 당연히 우리나라의 정서와 맞을 거
서 우리나라에 소개했다. <반지의 제왕> 3부작, <쿵푸 팬더> 라고 기대합니다. 제가 어떻게 번역을 하느냐에 따라 관객
4부작, <슈렉> 3부작 등 수많은 명작의 자막이 모두 그의 들은 영화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손을 거쳐 완성됐다. 상영관에서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에게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번역 이미도’가 엔딩 크레딧에 소개되는 순간은 그에게 더
할 나위 없는 기쁨을 안겨줬다. 그는 외화번역에서 행복, 재 외화를 번역하며 미래 역량을 발견하다
미, 창의를 느꼈기 때문에 오랜 기간 슬럼프 없이 탁월한 역 이미도 외화번역가는 2차 창작행위인 외화번역을 통해 자연
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 가운데 소명의식을 내재화한 그 스럽게 인간만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다각도로 연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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