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월간HRD 2019년 10월호
P. 23














자동시스템과 숙고시스템으로 구분되는 인간 행동의 모순 라, 자신에게 익숙한 결정 방식을 사용해서 어느 정도 만족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어떤 과업들은 적절하게 수행하는 스러운 수준에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문경호, 2019).
반면, 다른 과업들은 생각 이상으로 어렵게 느끼며 잘 해내 예를 들어 객관식 시험문제를 풀 때 처음 선택한 답안이 확
지 못하는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청각을 잃었음에도 놀 실한지 끝까지 고민하지만 결국 수정하지 않는 것도 만족
라운 음악적 역량을 발휘한 베토벤은 일상의 사사로운 일 도가 가장 높았던 답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통찰해봐
은 자주 잊어버리곤 했다. 2017년 인간행동의 비밀을 밝 야 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에는 분명한 한계
혀내며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던 리처드 탈러(Richard H. 가 있다는 제한적 합리성이다.
Thaler) 시카고대학교 석좌교수는 인간에게는 두 가지 인 제한적 합리성은 미국의 사회과학자이자 경영학자인 하버
식체계가 있기 때문에 때때로 똑똑하면서도 멍청한 모습을 트 사이먼 일리노이대학교 교수가 주창한 개념이다. 하버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 사이먼 교수는 어떤 의사결정 상황에서건 선택의 대상
리처드 탈러 교수는 언급했던 인식체계를 자동시스템과 숙 이 될 수 있는 대안은 수가 매우 많을 것이기 때문에 대안
고시스템으로 명명했다. 자동시스템은 신속하고 직관적인 모두를 하나하나 면밀하게 평가한다는 것은 인간의 인지능
행동을 말한다. 운동을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공이 날아오 력 밖의 일이라고 진단했다. 만약 인간이 모든 대안을 철
면 피하는 행동,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폭우가 쏟아질 때 저하게 평가하려고 한다면 점점 스트레스가 쌓여 결정피로
초조해하는 행동, 귀여운 아이들을 볼 때 미소가 지어지는 (decision fatigue)가 발생한다. 결정피로와 관련해서는 조나
행동은 모두 자동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그런가 하면 숙 단 레빈(Jonathan Levin)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고시스템은 신중하고 의식적인 행동이 포함된다. 어려운 의 실험이 유명하다.
수학문제를 풀 때,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해야 할 때, 주어 조나단 레빈 교수는 인간은 육체적으로 피로해지면 졸음
진 예산 안에서 최적의 여행경로를 결정해야 할 때 보이는 이 몰려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지만, 정신적으로 피로해
행동이 대표적이다. 지면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을 하거나 결정 자체를 포기해
자동시스템과 숙고시스템은 상황에 맞게 사용해야 효과가 버린다고 설명했다. 조나단 레빈 교수는 독일 자동차 대리
있다. 스포츠가 대표적이다. 운동선수들은 수많은 연습을 점 고객 750명을 상대로 실험을 했는데 56종류의 내장 색,
거쳐 자동시스템을 익혔기 때문에 경기 중에 일어나는 다 26종류의 외장 색, 25종류의 엔진과 기어 박스 조합 등 8개
양한 상황에서도 숙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최적의 판단 부문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을 던져줬다. 참가자들은 처
을 내린다. 그러나 종종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예상 음에는 가격과 품질을 모두 고려했지만, 점차 피로함을 느
치 못한 실수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울러 자동시스템 끼면서 자신도 모르게 예산보다 비싼 차를 구매하며 결정
과 숙고시스템에 모두 익숙하지 않은 경우는 매우 위험하 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을 보였다.
다. 10대 청소년들의 운전에 많은 위험이 따르는 이유는 운 이와 함께 조나단 레빈 교수 연구팀의 또 다른 연구도 주목
전이라는 행위에 숙달되지 않았고, 주행 경험도 적기 때문 해야 한다.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여러 가지
이다. 이럴 경우 자동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으며, 숙고시스 지만 조직과 관련해서는 면접만큼 중요한 사건도 없을 것
템이 작동하는 속도도 너무 느려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 이다. 레빈 교수는 기업의 채용 면접, 대학이나 대학원의
이 크다. 리처드 탈러 교수는 이처럼 인간의 뇌는 복잡하게 입학 면접, 영화나 드라마의 캐스팅 등도 면접관이 결정피
작용하기 때문에 인간이 체계적으로 틀리는 방식을 심도 로를 느끼기 전에 심사를 받아야 유리하다는 것을 증명했
있게 분석해야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다. 면접관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첫 면접 대상자를 마주하
강조했다. 면 집중력을 발휘하지만, 점차 지쳐가며 공정하고 합리적
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래서 틈날 때마
이성과 합리성의 한계를 의미하는 제한적 합리성 다 휴식을 취해 기분을 전환하지 않으면 어떤 상황에서건
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인간이라면 인간은 최적의 선택을 내릴 수가 없다.
누구나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순
간을 맞이한다. 그러나 인간의 의사결정은 상황과 관련해 휴리스틱에 의한 편향적 선택
서 모든 가능성을 빠짐없이 통찰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 행동에 모순이 있고 피로감을 느끼는 인간은 직관에 의해




OCTOBER HRD 21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