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월간HRD 201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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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MIND
바꾼다. 문장에는 저자의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는 이야기는 책을 읽고 삶에 적용하면서 어떤 점에서 무엇
그렇다면 인두 같은 한 문장을 만나 내 삶을 바꾸려면 어떻 이 변화되고 있는지를 성찰하면서 읽어보라는 의미다. 기
게 책을 읽어야 할까. 지식생태학자가 추천하는 8가지 독서 형도 시인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중 ‘우리 동네 목사님’
법을 간단히 소개한다. 이라는 시에는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
우선 첫 번째 독서법은 복독(復讀)이다. 복독은 여러 권 읽 는 대목이 나온다. 책 읽으면서 감동받은 문장에도 밑줄을
기보다 여러 번 읽기다. 다음은 롤프 도벨리의 『불행피하기 그어야 하지만 진짜 밑줄을 쳐야 될 곳은 책 읽고 변화된
기술(p250)』에 나오는 말이다. 삶이다.
‘두 번 읽기를 시행해보면 그 효력은 한 번 읽기의 두 배 정 여섯 번째 독서법은 고독(苦讀)이다. 고독은 편한 책만 읽
도로 그치지 않는다. 몇 배 더 큰 효력을 발휘한다. 나 자신 기보다 불편한 책을 읽는 독서법이다. 강민혁의 『자기배려
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한 열 배 정도의 효력이 있는 것 같 의 책 읽기(p29)』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다’ ‘읽을 수 있는 것을 읽을 때보다 읽을 수 없던 것을 읽게 되
두 번째 독서법은 습독(習讀)이다. 습독은 시간 내서 읽기 었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읽고 있는 것이다. 편하게 읽히는
보다 시간 날 때마다 읽는 독서법이다. 시간이 나면 책을 책이라면 이미 읽은 글이거나, 이미 알고 있는 생각이어서
읽겠다는 사람은 시간이 나도 책을 읽지 않을 확률이 높다. 제게 새로움을 안겨주지 않는 글,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는
오히려 시간이 날 때마다 짬을 내서 책을 읽는 사람이 독서 글일 가능성이 클 거라고요. 생각할 필요가 없는 글이라면
를 통해 많은 걸 배우는 사람이다. 지금 이렇게 나의 시간과 존재를 걸고 읽어야 할 필요가 없
셋째 독서법은 정독(精讀)이다. 정독은 빨리 읽기보다 느리 지 않을까’
게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는 의도와 의미의 껍질을 깨고 파 일곱 번째 독서법은 월독(越讀)이다. 월독은 경계 안에서
고 들어가 해석하는 독서법이다. 이하는 니코스 카잔차키 만 읽기보다 경계 밖에서 읽는 독서법이다. HRD 전문가가
스의 『영국기행』에 나오는 말이다. HRD 책만 읽으면 전문적인 문외한이 된다. 자기 분야를
‘사람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가 읽는 대목의 의미를 알고 싶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단절된다. 전공과 관심 분
다면 오직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단단하든 부드럽든 단어 야를 넘나들며 읽어야 전공의 틀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인
들의 껍질들을 깨고, 그 단어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 응축되 식이 생겨 기존 관심 분야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안목이 생
어 있는 의미가 자신의 가슴속에서 폭발하게끔 해야 하는 긴다.
것이다. 작가의 기술이란 인간의 정수를 알파벳 문자들에 여덟 번째 독서법은 협독(協讀)이다. 혼자 읽기보다 여럿이
압축해 넣는 마술,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독자의 기술은 함께 읽으며 토론하는 독서법이다. ‘한 권의 책을 제대로 다
그 마술적 장치들을 열고 그 속에 갇혀 있는 뜨거운 불이나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가
부드러운 숨결을 느끼는 것이다’ 아니라 독후감으로 주변 사람들과 소통이 끝나는 시점이다’
네 번째 독서법은 체독(體讀)이다. 체독은 눈(머리)으로 읽 강창래의 『책의 정신』에 나오는 말이다. 같은 책을 읽었어
기보다 몸으로 읽는 독서법이다. 몸으로 읽는 독서는 우선 도 저자의 메시지를 해석하는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여럿
손으로 밑줄 치면서 읽고 밑줄 친 부분을 다시 타이핑해서 이 읽고 토론하면 한 권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여러 번 읽
독서노트를 파일로 만들어 축적하는 독서법이다. ‘축적’이 은 효과가 난다.
‘기적’을 낳는다! 눈으로 읽고 그냥 끝나면 기억에 남는 게 이렇게 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은 자기만의 책을 쓰기 위
거의 없다. 아래는 우치다 다츠루의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해서다. 독서의 완성은 책읽기가 아니라 책 쓰기다. 책을
(p280)』에 나오는 말이다. 쓰려면 자기만의 삶이 있어야 한다. 삶이 책으로 녹아드는
‘신체화한다는 것은 논리가 아닙니다. (모국어로 된 고전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책을 참고한다. 다양한 저서를 독서
을) 정말 싹쓸이 하듯 읽어나가는 것, 자신의 육체에 파고 하면 자기 방식으로 저서를 어떻게 써야 될지 감이 온다.
들어올 때까지 읽는 것입니다. 신체화한 정형은 강합니다. 많이 읽은 사람은 자기만의 스토리를 풀어낼 방법도 그만
위험하지만 강합니다’ 큼 다양하다. 읽어야 삶을 다르게 읽어낼 수 있고, 다르게
다섯 번째 독서법은 찰독(察讀)이다. 찰독은 책만 읽지 말 읽어낼 수 있어야 다르게 쓸 수 있다. 결국 쓰기는 읽기에
고 삶을 읽는 독서법이다. 진짜 책은 삶이다. 삶을 읽으라 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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